어떤 책을 읽을 때, 그 책의 앞부분이 재미있거나 인상적이면 뒷 부분까지 계속해서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그랬다. 위의 발췌부분이 인상적이었고 또한 책의 가장 첫 부분에 수록된 부분이었다. 한 번 아파본 사람이 다른 아픈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야기에 나오는 할머니의 손자는 할머니의 언어를 듣고 자라면서 자신도 그러한 언어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 언어는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언어일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등장인물은 본인이 의사이면서 환자를 환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환자의 '환'자가 한자로 '아플 환'자 이므로, 환자라고 계속부르면 더 아파질까봐 다른 호칭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 사람이 건강했을 때의 호칭, 은퇴 전의 직함을 불러드리면 건강하게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이 가슴속에 생겨나기에 은퇴 전의 호칭을 불러드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니라 그 분이 좋아하는 호칭을 불러드린다고 한다.
나의 언어의 온도는 어떤지 생각해 보게하는 부분이다.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위로가 되고 따뜻한 힘이 될 수 있을까. 별로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온도가 낮다고 생각한다면, 온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는 동시에, 언총에 자신의 언어를 묻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말의 무덤이라는 言塚이 나온다.
언총은 침묵의 상징이다. 경북 예천군에 있는 마을에서는 마을이 흉흉한 일에 휩싸일 때면 문중의 사람들이 언총에 모여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쓸데없는 말과 '그쪽 걱정돼서 하는 얘기인데요...' 처럼 이웃을 함부로 비난하는 말을 한데 모아 구덩이에 파묻는다고 한다. 그렇게하면 신기하게도 다툼질과 언쟁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나의 언어의 온도는 높지 않으니 언총에 말을 묻고 장례를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월간지 '좋은 생각'처럼, 여러개의 짧은 글이 모여 한 권의 책을 구성한다. 다른 점이라면 한 명의 저자가 한 권의 책을 구성했다는 점일 것이다. 짧은 글이 여러개인 만큼 일단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부담없이 쉽게 읽혀진다. 이 책에 실려있는 88개의 짧은 이야기들 중,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어 표시해 놓은 글이 16개였다.
88개의 이야기들 중 나에게 인상을 남긴 글은 몇 개인지, 같은 책을 읽는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해보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는 위플래쉬, 종이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행복한 사전, 스포트라이트, 미라클 벨리에와 같은 영화들이 이야기의 소재로 등장하는데, 모두 재미있으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영화들로 시간이 있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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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의 장편 ‘남한산성’ 역시 추석 개봉 이후 전월 동기 대비 200% 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최근 개봉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 또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원작 소설로 영화와 소설 모두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